2022. 6. 13. 21:38ㆍTo be a Game Changer/인생, 한 권의 책
군 생활을 하다가 '육군미사일사령부 감사나눔 손편지 대회'라는 대회를 다용도실에서 보게 되었다. 1등에게는 사령관 표창과 동시에 3박 4일이라는 엄청난 포상을 준다고 하여 바로 참여하였다. 일주일간 편지의 초안을 인터넷으로 작성하고 맞춤법 검사기로 맞춤법을 확인한 뒤에 내용을 다시 최종 정리하여 탄생한 필자의 편지다. 참고로 후술할 편지는 대회에서 1등이라는 성적과 함께 큰 기쁨을 선물해줬다. 덕분에 신병 휴가 때 사령관 상장, 포상 휴가라는 기쁜 소식을 부모님께 전달할 수 있었다. 편지의 내용이 군대에서의 삶이 힘들고 심란하면서도 끝까지 싸워 군 생활을 잘 마무리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는 것 같아 이곳에도 적어본다.
인생이라는 여행을 함께 떠나고 있는 사랑하는 가족에게,
모두들 잘 지내시나요? 그토록 바라던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어느덧 국가의 부름을 받아 입대를 했었죠. 자유가 제한된 환경에서 많이 힘들어하고는 했었고 부모님 이름 석자만 봐도 눈물이 났었습니다. 어찌나 그리웠는지 어머니께 첫 인터넷 편지를 받고 3일이 지나서야 겨우 읽을 수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어머니의 이름만 보아도 눈시울이 붉어지고는 했기에 말이죠. 아직도 기억납니다. 입대 전 날까지 안 울겠다고 신신당부하시던 어머니께서 입대일에 저를 떠나보내기 전 꼭 껴안아주셨죠. 1, 2, 3초가 지나도 저를 놓아주지 않길래 보니 울고 계시던 그 모습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마음이 정말 찢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떠나는 그 순간에는 세상 멋진 아들이고 싶어서 아버지와도 인사를 나누고 눈물을 머금으며 뒤로 돌아 당당하게 한발짝 한발짝 나아갔습니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헤어지고 싶지 않은 마음에 잠시 멈춰서서 뒤를 돌아보았죠. 그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어찌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만 보이던지. 눈물이 앞을 가려도 우리 가족만 보였습니다. 어머니는 아버지 품 안에 있었고 저는 마음으로 마지막 인사를 건넸습니다. '걱정마세요, 조심히 잘 다녀올게요'라고 말입니다.
훈련소에서의 생활이 쉽지만은 않았답니다. 이제와 고백하건데 정말 시련의 연속이었습니다. 양치 금지, 샤워 금지, 대면예배 금지 등등 '금지'라는 단어가 저의 목을 옥죄어왔습니다. 겨우겨우 버티던 중 들려온 반가운 소식, 5분간의 첫 전화통화였습니다. '내가 울면 우리 가족들이 걱정하겠지? 당당하고 씩씩하게 5분이라는 시간을 잘 활용하자!'라고 다짐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얼마나 연약하던지 저를 반가워하는 부모님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눈물이 앞을 가렸고 목이 메였습니다. 어머니, 아버지께서는 나를 얼마나 걱정하실까..싶으면서도,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단 한마디도 못한 채 엉엉 울며 전화를 마쳤었죠. 그때 어떤 마음이셨나요? 엉엉 우는 아들의 목소리가 반가웠나요, 걱정됐나요? 아니면 둘 다 였을까요. 저는 오만가지 감정이 들었답니다. 하고 싶은 말을 못해 안타까웠고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음에 행복했으며 씩씩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아 미안했답니다.
그래도 행복했답니다. 나태주 시인이 말했듯이 '힘들 때 마음 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죠. 그러던 중 어느 날 잠시 멈춰서 돌이켜보니 부모님께 씩씩하고 멋진 아들이 되겠다고 다짐한지 어엿 5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며칠 전 어버이날을 맞아 영상통화를 했던 것 기억하시나요? 5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는 많이 변해있었습니다. "사랑하는 그 사람이 추억이 되는 순간, 그 순간은 보물이 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요.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동생은 제게 추억이 되었고 때문에 하루하루가 보물 같습니다. 아직도 제가 훈련소에 있었을 때 어머니께서 인편으로 이적의 '당연한 것들' 가사를 보내주셨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가사 내용이 어찌나 마음을 울리던지..정말 "우리가 살아왔던 평범한 나날들이 다 얼마나 소중한지 알아"가고 있답니다. 가족끼리 많은 다툼도 있었지만 삼삼오오 모여 밥을 먹으며 웃고 떠들었던 그 순간순간이 그립습니다. 그럼에도 가사 내용처럼 저는 '당연히 끌어안고 당연히 사랑하던 날 다시 돌아올 거'라는 사실을 믿습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외치며 부족한 두 아들을 키워주신 어머니, "사랑을 검으로, 웃음을 방패로"를 외치며 그 누구보다 저희 가족을 챙겨주신 아버지, 그리고 도전적인 자세로 살아가고 있는 동생. 많이 보고싶습니다. 고등학교 졸업식 날 담임선생님께서 해주셨던 말씀이 떠오릅니다. "좋았던 기억은 추억으로, 나빴던 기억은 교훈으로" 우리 함께 보냈던 시간들을 톺아보면 온통 추억들뿐입니다. 레바논의 작가 칼릴 지브란은 말했었죠. "멀리 떨어지는 것 이외에 어떻게 더 진정으로 가까이 갈 수 있을까"라고 말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헤어져지내다 보니 저 말이 정말 공감됩니다. 이런 이별이 있기에 저희의 만남이 더욱 더 아름다운 것이죠. 그리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희가 헤어지던 당시 크고 괴로웠던 그 이별의 아픔은 서로를 향한 사랑의 깊이가 깊었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말입니다. 각자의 자리, 길에서 최선을 다해 치열하게 살아갑시다. 그리 빛나지 않아도 서로의 형상을 비춰주는 별이 되기를 바라며. 사랑합니다. 온 맘 다해 사랑합니다.
그리움과 감사의 마음을 꾹꾹 눌러담아, 큰아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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