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100명의 질문에 100년의 지혜로 답하다, 김형석 <김형석의 인생문답>

2022. 9. 1. 17:45Heal the World(문학)

 

들어가며

 

사람은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하는가

 

김형석 교수님께서 책을 새로 쓰셨다고 하여 윌라라는 앱을 통해 <김형석의 인생문답>이라는 책을 오디오북으로 접했다. 성우분께서 읽어주시는 건데 연세가 있으셔서 그런지 김형석 교수님과 대화하는 느낌이었다. 이 느낌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 눈을 감고 읽은 책, <김형석의 인생문답>을 소개한다.

 

김형석 교수님은 100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오시면서 겪은 수많은 경험과 깨달음을 젊은이에게 나눠주신다. 이 책 또한 그러한 취지로 지어진 책이며 사람이 궁금해하는 질문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공유한다. 여러 개의 질문이 있었는데 오늘은 그중 인상깊었던 4개의 질문을 소개한다.

 

김형석 교수님의 모습

 

본론

 

1. 행복이란 무엇인가요?

 

 행복이란 무엇일까? 꿈을 물어보는 질문에 많은 사람은 '행복'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행복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그토록 원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김형석 교수님의 생각을 들어보기 전에 스스로 행복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것은 어떨까. 나는 행복이란 '사랑과 만족'이라고 생각한다. 무언가를 사랑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해야 하나. 그것이 사물이 되었든, 경험이 되었든 간에 말이다. 예를 들어 어떤 시험을 위해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던 과거의 시간을 사랑했고 지금도 그때의 기억을 사랑하고 아낀다면 행복에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는 만족인데, 사랑했던 사물 또는 기억에 만족하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지금 행복하냐고 물었을 때 행복하다고 하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고 이 순간을 살아가는 스스로가 만족스러울 때. 그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여러분은 어떤가. 행복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김형석 교수님은 행복은 목적이라기보다는 인간답게 살았을 때 느끼는 느낌, 또는 정신적 보람이라고 말씀하신다. 말씀을 듣고 생각났던 것은 인생을 여행에 비유하는 것 또한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목적지를 정하기보다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 더 길고 행복한 여행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인생을 살아갈 때 순간순간과 그러한 과정을 즐기라는 내용의 라디오였다)

 

인생이라는 여행의 순간을 살아가는 우리

 

 이어서 그는 "행복이라는 것이 어떻게 나타나는가 물어본다면 사회에 무엇을 주었는가 하는 보람. 내 삶의 의미와 가치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주어졌는가 하는 그 보람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 같아요"라고 하신다. 이어서 우리에게 주어진 책임과 사회적 책임을 통해 인격을 갖추면 행복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조언하신다. 여기서 나는 '책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었다. 좋아하는 사람 중 조던 피터슨이라는 심리학자가 있는데, 그는 행복이 삶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하니 행복이 삶의 목적이라면 책임에 무감각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금 당장의 행복을 위해 책임을 저버리는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인데 여기에 정말 공감했다. 그렇다면 다음 질문은 그럼 인생의 목적은 무엇인가에 대한 피터슨 교수님의 답변이다. 그는 결국 책임감을 가지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것이 인생의 지향점이라고 한다. 이는 책임을 통해 인격을 갖추는 것을 먼저 강조하는 김형석 교수님의 말씀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한다.

 

 

2. 돈은 얼마나 가져야 행복할까요?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돈이 없는 삶은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든지 대부분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 그렇게 고생하시는 부모님의 모습을 쭉 지켜봐왔기에 돈이 없는 삶의 비참함과 고통을 이해한다. 누군가는 돈을 금기시하지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 자체가 자본주의 사회이기에 돈에 대해 생각을 안 해볼 수가 없다. 흔히들 행복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지금 가지고 싶은게 뭔지, 또는 소원이 뭔지 물어보면 돈과 관련된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는 우리가 어느 정도의 돈을 가져야 행복한지에 대한 질문까지 이어진다.

 

 김형석 교수님은 항상 '경제는 중산층, 정신은 상류층에 머무는 것이 행복'이라고 말씀하신다고 한다. "돈은 얼마나 가져야 행복할까요?"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인격의 수준만큼 갖는 것이 좋다고 하신다. 이어서 인생의 먼 길을 향하기 위해서는 적은 짐이 유리하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말이다. 몇억과 같은 정량화된 수치가 아니라 인격의 수준이라, 상당히 흥미로웠다.

 

 군대에서 주식을 비롯한 다양한 투자를 즐겨왔기에 주변의 선후임과 이런저런 얘기를 할 때가 많았다. 불건전하게 돈을 벌고 인생 한 방을 노리는 친구 또한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내가 강조했던 것이 '그릇'이었다. 무슨 말이냐면, 스스로 다루고 싶은 돈이 많고 많은 돈을 벌고 싶다면 우선 스스로가 그 정도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당시에 읽었던 한 권의 책에서 비롯되었다.

 

기억에 남는 이즈미 마사토의 <부자의 그릇>

 

 이즈미 마사토의 책 <부자의 그릇>에서 진정한 부자가 되기 위해서 자신의 그릇을 키우라고 조언한다. 인격의 성장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고, 비슷한 이야기로 하브 에커 또한 <백만장자 시크릿>에서 자신의 그릇이 큰데 주어진 재물이 적다면 온 우주가 온 힘을 다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것이라고 얘기한다. 허무맹랑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경험을 해본 내가 보기에는 너무나도 인상 깊었다.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많은 돈을 컨트롤할 수 있는 내가 되도록 우선적으로 인격의 성장이 필요하다니 한편으로는 충격적이기도 했다.

 

 김형석 교수님도 이런 맥락으로 말씀하신 게 아닌가 싶다. 결국 인격의 수준만큼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눠주며 행복해질 수 있기에 인격의 수준만큼 재산을 가지도록 하고, 인격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라는 말씀은 새겨둬야겠다.

 

 

3. 살면서 찾아오는 고통의 순간은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요?

 

 고통과 절망의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그것이 언제가 되었든 얼마나 힘들던지 말이다. 누군가의 죽음이 될 수도 있고, 반복되는 실패로 찾아오는 무기력증이 될 수도 있고 다양하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누구에게나 그런 시간은 찾아온다는 것이다. 여러분은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언제인가. 그리고 그러한 순간을 어떻게 버텨왔는가.

 

 "살면서 찾아오는 고통의 순간은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김형석 교수님은 본인이 100년 넘게 살아오다 보니 사랑이 있는 고생이 가장 행복한 인생임을 깨달았다고 말씀하신다. 또한 우리에게 주어진 시련을 극복하지 못하면 행복 또한 우리 것이 되지 못한다며 고생의 짐을 질 줄 아는 사람이 되라고 하셨다. 처음에는 극복하는 방법을 여쭤봤는데 그에 대한 답이 '사랑이 있는 고생이 가장 행복한 인생이더라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김형석 교수님의 말씀을 계속 톺아보니 말씀하시고자 했던 것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그것은 2가지였다.

 

 첫째, 사랑이 있는 고생이 가장 행복한 인생임을 깨닫는 것이다. 지금 겪고 있는 고통스러운 이 순간에 사랑이 함께한다면 그것은 행복한 인생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라는 것이다. 물론, 조심스러운 부분은 각자에게 주어진 상황과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개인 간의 차이가 있기에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말이다. 둘째, 그러니깐 고생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봐라는 것이다. 사랑이 있는 고생이 행복한 인생이기에, 관점을 달리하여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긍정적으로 보라는 것은 사실을 왜곡하라는 것이 아니다. 현재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언인지 인지하며 행동하는 것, 그것이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다. 최근에 인기가 많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우영우 변호사를 연기하는 박은빈 배우가 힘들 때마다 말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그렇지만 어떻겠어요. 해내야죠."

 

 그녀의 강함을 엿볼 수 있는 문장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맞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해내야만 하고 해낼 수 있는 능력은 모두에게 있다. 정녕 자기가 원망스럽고 너무 힘들다면 작고 사소한 것부터 하나씩 해내면 된다. 많은 유명인(예를 들어 동기부여의 대가 브라이언 트레이시, <잠든 시간을 깨워라>와 조던 피터슨 등)은 왜 일어나서 침대 정리하기와 책상을 늘 깨끗하게 하기를 강조하겠는가. 그것은 결국 혼란 가운데 자신의 힘으로 무언가를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깨달을 수 있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침대 정리와 책상 정리가 별거 아닌 것으로 보여도 뇌는 '아, 나도 무언가를 할 수 있구나'라며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뿌듯함과 동기를 유발다.

 

 고통의 순간을 바라볼 때도 이렇게 바라보면 좋겠다. 어차피 누구나 겪는 거 비록 나에게 주어진 고통은 더욱 힘들지라도 사랑이 있는 고생을 위해 고통에 대한 관점을 달리해가며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 버텨내보자라고 말이다.

 

 

4. 죽음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메멘토 모리'라는 말을 아는가. 메멘토 모리란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 "죽음을 잊지 말라" 등으로 번역되는 라틴어 표현이다. 우리는 왜 죽음을 기억해야 하는가. 죽음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우선 아무도 죽음을 부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해가 떠오르면 해가 지듯이, 인생이라는 서사에서 탄생이라는 시작이 있으면 죽음이라는 끝이 있기 마련이다. 죽음엔 어떤 의미가 있는지의 질문에 대해 김형석 교수님은 다음과 답하신다.

 

 죽음 자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며 입을 여신다. 본인이 100년이라는 시간을 넘게 살면서 수없이도 겪었던 죽음의 고통을 공유해주며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다. "죽음이 뭔가 생각해보면 더 높은 목적을 위해서 산 사람은 내 시간은 잃어버렸지만 영원한 그 삶의 흐름 속에 동참하게 되는 것이 우리가 원하는 죽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라고 말이다. 더 높은 목적을 위해 내 시간을 잃어버렸지만 영원한 그 삶의 흐름 속에 동참하게 되는 것이라는 표현이 소름 돋았다. 생각해보면 정말 그렇지 않은가? 누군가는 아인슈타인을 꿈꾸며 밤낮으로 물리학을 공부하고, 누군가는 헤르만 헤세를 떠올리며 지금도 한 글자 한 글자 적어가고 있을지 모른다. 죽음으로 개인으로서의 시간은 잃어버렸지만 그 사람이 추구하는 삶과 지향점은 영원한 삶의 흐름 속에 동참하게 된 것이다. 이어서 죽음의 존재를 인간이 알기에 최선의 인생을 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며 말을 마치신다.

 

 

글을 마치며

 

 100년이라는 시간을 넘게 살아오신 김형석 교수님의 지혜와 통찰력을 얻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우리가 궁금해하는 인생의 질문에 대해 대답해주시는 교수님의 모습을 보며 오늘도 스스로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며 살아간다.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와 같은 질문을 하며 말이다.

 

 문체가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 평범함 가운데 담백함을 느낄 수 있었던 책. 험난한 세상 가운데 굳건하게 서 있는 이 시대의 진정한 '어른' 김형석 교수님의 인생 이야기, <김형석의 인생문답> 소개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