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김이율, <죽을수도 살수도 없을 때 서른은 온다>

2023. 1. 10. 22:40Heal the World(문학)

눈부신 세상 앞에 선 눈물겨운 그대에게 전하는 용기

 

들어가며

 

2학기 전공 책을 구매하기 위해 알라딘에서 중고로 구매를 하였더니 한 권의 책이 더 왔었다. 판매자분께서는 "책 구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의 쪽지를 남겨주셨다. 그렇게 처음 이 책을 접하고 집에 꽂아두었다가 2023년이 되고 나서보니 갑자기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30살이 점점 다가와서 그랬는지,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하였기 때문인지 몰라도 그렇게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본론

 

이 책은 총 5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짧은 이야기와 함께 작가가 이야기를 더한 형식이다. 여러 내용 중 인상 깊었던 몇 개의 문장을 이곳에서 다루고자 한다. 우선은 챕터 1, '청춘, 온다는 말 없이 간다는 말 없이'다. 챕터 1에서 소개된 한 개의 시를 먼저 나눈다.

 

청춘 by 사무엘 울만

청춘이란 인생의 어느 기간이 아니라 마음가짐을 말한다.
장밋빛 볼, 붉은 입술, 나긋나긋한 무릎이 아니라
씩씩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오르는 정열을 가리킨다.
인생이란 깊은 샘의 신선함을 이르는 말이다.

청춘이란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
안이함을 선호하는 마음을 뿌리치는 모험심을 의미한다.
때로는 20세 청년보다는 60세 인간에게 청춘이 있다.
나이를 더해가는 것만으로 사람은 늙지 않는다.
이상을 버릴 때 비로소 늙는다.

세월은 피부에 주름살을 늘려가지만
열정을 잃으면 영혼이 주름진다.
고뇌, 공포, 실망에 의해서 기력은 땅을 기고
정신은 먼지가 돼버린다. 

(이하 생략)

 

'청춘이니까 괜찮아'라는 말을 들으면 여러 생각이 들었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힘이 있고 그럴 시간과 열정이 있다는 것은 분명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이때의 '청춘'이 때로는 부담스럽기도 하였다. 청춘이니까 실패해도 다시 일어나야 하고, 청춘이니까 아파야 한다니 가끔 억울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나의 편협한 시각이지 않았나는 생각이 든다. 사무엘 올만의 <청춘>이라는 시를 읽으면 결국 청춘이란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 안이함을 선호하는 마음을 뿌리치는 모험심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젊어서 청춘인 것이 아니라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느냐에 달려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정을 잃으면 영혼이 주름진다'는 표현을 보고 열정을 잃지 않고 꿈꾸는 이상과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전진해야겠다는 다짐 또한 할 수 있었다.

 

눈부신 세상을 향해

 

지금의 생활이 편안하고 만족스럽다고 해서 안주해서는 안 됩니다. 늘 새로운 것을 꿈꾸고 도전해야 합니다. 애벌레의 탈피와 변태 과정이 없었다면 예쁜 나비는 탄생할 수 없습니다. 바닷가재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를 감싸고 있는 단단한 껍질을 벗어던져야 성장할 수 있습니다. 껍질을 벗지 않으면 결국 껍질 속에 갇혀 죽고 맙니다. 껍질을 벗겨내는 동안 속살이 드러나 상처를 입기도 하고 포악한 무리들의 먹이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변화를 선택해야 합니다. 변화야말로 인생,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인생에서 변화를 뺀다면 그 부분을 무엇으로 채울 수 있겠습니까? 기꺼이 변화를 받아들여야만 새롭게 발전된 나로 다시 태어날 수 있습니다.

 

바닷가재의 이야기를 한 영상(http://(https://youtu.be/n6lqjBeKq-Q)에서 접한 적이 있다. 영상 속 주인공은 미국의 저명한 정신과 의사인 에이브러햄 J. 트워스키 박사다. 그는 바닷가재가 성장하면서 껍데기라는 장애물에 마주하게 될 때, 자신을 국한하고 있는 그 껍질을 벗어던져야만 더욱 성장할 수 있다고 한다. 바닷가재는 바위 밑으로 들어가 껍질을 벗고 새로운 껍질을 만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또 성장하면 이 또한 불편해지고, 다시 바위 밑으로 들어가 새로운 껍질을 만드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러한 모습의 바닷가재를 통해 우리는 바닷가재가 자랄 수 있도록 자극을 주는 것은 불편함을 느끼는 것임을 알 수 있다. 트워스키는 박사는 이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가 깨달아야 하는 것은 당신에게 스트레스가 일어났을 때 그것은 당신이 성장할 때가 됐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당신이 이 역경을 제대로 이용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통해 성장할 수 있습니다.

 

상당히 흥미롭다고 하던 찰나에 평소 즐겨보던 '알쓸신잡'에서도 이와 관련된 영상이 때마침 유튜브의 알고리즘에 떴다. 5년 전의 영상(https://youtu.be/tTV6S5qZGdk)인데, 한국의 뇌과학자 장동선이 학부 시절 때 전공했던 생물학의 이야기를 해준다. 그는 공부하면서 갑각류가 상당히 흥미로웠다고 말하면서 겉이 딱딱한 껍질로 되어있는 갑각류가 허물을 벗으며 성장하는 모습을 소개한다. 자신을 보호해주는 껍질에서 벗어나면 연약한 속살이 세상에 그대로 노출되어 적에게 표적이 되기도 하고 상처를 입을 수도 있을 만큼 위험하다. 그러한 과정을 이겨내고 극복해낸다면 더욱 강한 바닷가재가 되는 것이다. 장동선 박사는 이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저는 재미있다고 생각한 게, 내가 성장할 수 있는 순간은 오직 내가 가장 약해진, 상처받을 수 있고 약해진 그 순간인거에요. 그런데 저는 인간의 몸은 척추동물이지만 인간의 마음은 갑각류가 아닐까는 생각을 했어요.

(중략)

죽을 것 같고, 잡혀먹힐 것 같고 너무 약해서 스치기만 해도 상처받을 것 같은 그 순간들이 우리는 크고 있는 거에요.

 

내가 성장할 수 있는 순간은 오직 내가 약해져 상처받을 수 있는 그 순간이라는 말이 정말 인상 깊었다. 인간 또한 성장하기 위해서는 연약하고 고통스러운 순간을 지나야 한다. 지금 자기 모습에 안일하고 만족하기만 하며 살다가는 성장이 어렵기에 아이러니하게도 성장하기 위해서는 약해지고 고통을 견뎌야만 하는 것이다. 

 

챕터 2,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내 인생을 그들은 청춘이라 말한다'에서도 인상 깊었던 문장이 있었다.

 

똑같은 바람으로도 어떤 배는 동쪽으로 가고, 어떤 배는 서쪽으로 갑니다. 배의 방향을 결정짓는 건 바람이 아닙니다. 바로 돛이죠.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는 건 환경이나 주위 사람들이 아닙니다. 바로 자신의 선택에 의해서입니다.

(중략)

가진 것 없고, 능력도 부족하고, 아는 게 없다고 해서 지레 겁먹고 도망가지 말고 일단 맞서보십시오. 처음이 어렵지 시작하면 어려울 게 없습니다. 이미 당신 안에는 무슨 일이든 거뜬히 해낼 수 있는 무한능력이 있습니다.

 

배의 방향을 결정짓는 것은 배에 영향을 주는 바람이 아니라, 돛이라는 말이 인상 깊었다. 결국 인생의 방향은 타인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선택에 의해서 결정된다. 과거 나의 선택으로 지금의 내가 만들어졌고, 앞으로의 선택이 미래의 나를 만든다고 생각할 때마다 무섭기도 하고 설레기도 한다. 그만큼 미래는 알 수 없고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지 전혀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 여기'를 사는 것으로 생각한다. 과거는 이미 벌어진 일이기에 어떻게 할 수 없고 미래는 아직 모르기에 불안하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지금'이라는 시간이 주어졌다. 외국에서도 Present(현재)의 단어가 present(선물)이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선물인 지금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방향성도 정립되기에 더욱 열정적으로, 그리고 치열하게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글을 마치며

 

전반적으로 호흡이 너무 짧다 보니 '글의 깊이'면서 아쉬운 책이었다. 또한 한 이야기를 소개하고 거기에 작가가 첨언하는 형식이었는데, 이야기가 흥미로워 찾아보면 현재의 내용과 맞지 않는 내용이 꽤 있었다. 예를 들어 한 여인이 다른 남자의 아이를 밴 상황에서 새로운 남자가 그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통해 사랑에 관해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이후 내용을 찾아보면 새로운 남자는 그녀의 외도로 인해 이혼하는 등 책이 오래되었기에 발생하는 문제점이 있는 것이 안타까웠다. 하지만 5개의 챕터의 제목만으로도 생각해볼 거리를 던져주기에 이를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Ch 1. 청춘, 온다는 말 없이 간다는 말 없이

Ch 2.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내 인생을 그들은 청춘이라 말한다

Ch 3. 사랑하고 후회하는 게 청춘이다

Ch 4. 바람이 분다, 그래 살아봐야겠다

Ch 5. 청춘, 축제의 장에 왔다면 마음껏 즐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