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Ich und Du, 마르틴 부버 <나와 너>

2020. 12. 8. 09:00Heal the World(문학)

필자에게는 항상 좋은 책을 추천해주며 선물해주는 고마운 대학교 친구가 한 명 있다. 그녀가 선물해주는 책 하나하나는 각각의 하나뿐인 의미가 있고, 특정 분야에 국한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분야의 책을 선물해주기에 필자 또한 열심히 읽고는 한다. 그러던 중 어느 날, 그녀는 마르틴 부버의 '나와 너'라는 책을 추천해주었다. 대부분 그렇겠지만 필자는 책을 추천받으면 책의 제목은 물론, 주제, 그리고 작가에 대해 알아본다. 그렇게 알아본 마르틴 부버라는 사람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유대인 철학자이자 현대사회 속 잃어버린 인간의 존재 의미, 그리고 인간소외 문제를 '나와 너'의 관계를 통해 이러한 현대인의 실존 부재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다고 한다. 마르틴 부버라는 사람에 대한 설명을 읽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웠던 필자는 서둘러 마르틴 부버<나와 너>를 구입하게 읽게 되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유대인 철학자 마르틴 부버(오른쪽에 히브리어가 보인다)

 

마르틴 부버는 책 <나와 너>에서 기술 문명의 비약적인 발전과 평준화의 상황 가운데 스스로 인격의 가치와 존엄을 잃어가는 인간소외와 원자화의 심각한 위기에 초점을 맞춘다. 이러한 문제의 근원은 '나-그것'의 지배 아래 스스로를 매몰시켜버리는 데 있고 이미 사람이 '나-너'를 말하는 기쁨을 잃어버린 데 있다고 얘기한다. 인간의 자기 상실과 원자화를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가 깨진 데서 비롯되었다고 보는 그는 인격으로서 공존하는 '나-너'의 만남과 대화를 통해서 이를 회복해야 한다고 책에서 말한다.

 

마르틴 부버, <나와 너>

 

"사랑이란 한 사람의 '너'에 대한 한 사람의 '나'의 책임이다."

- 마르틴 부버, <나와 너> p27

 

"'나와 너'라는 완전한 관계의 과정에 있어서도, 우리는 다만 우리가 살아온 양상에 따라서 우리가 살아왔다는 것, 우리가 걸어온 길을 알 수 있을 뿐이다. 상대편이 걸어온 길은 다만 우리에게 마주쳐지는 것일 뿐이고, 우리는 그 길을 알지 못한다. 우리는 만남 속에서 그것과 마주치게 된다. 그런데도 우리가 그것을 마치 만남 저편의 어떤것인 양 말한다면, 그것은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다.:

- 마르틴 부버, <나와 너> p110

 

"위기의 핵심은 오히려 이러한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이 그의 이른바 근원어 '나-그것'의 지배 아래 스스로를 매몰해 버리는 데 있으며, 이미 사람이 근원어 '나-너'를 말하는 기쁨을 잃어버린 데 있다.

 그리하여 부버는 깨어진 세계, 인간의 자기 상실, 원자화를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가 깨어진 데서 온 것으로 보고 이를 결코 객체화될 수 없는 주체이며 인격으로서 공존하는 '나'와 '너'의 만남, 곧 '나'와 '너'의 대화를 통하여 회복하려고 하였다."

- 마르틴 부버, <나와 너> p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