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짝퉁 긍정에 속지 마세요, 채정호 가톨릭대학교 교수

2021. 4. 17. 09:30To be a Game Changer/세상을 바꾸는 시간

군대에서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온 지 어엿 100일이라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길다면 긴 시간 동안 많은 생각들을 할 수 있었다. 군대에 가면 인생과 삶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는데, 정말 그랬다. 남은 1년 2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군대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더욱더 성장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2가지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둘째, 하루하루에 충실히 살기. 특히 첫번째인 긍정적인 사고는 어쩌면 답답하고 암울한 군생활을 보다 더 의미 있고 생산적으로 만들어줄 수 있다고 생각하여 중요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오늘 시청한 강연에서는 내가 지금까지 짝퉁 긍정에 속고 있었다고 말을 해줘 정말 충격이었다. 세바시에 출연한 채정호 가톨릭대학교 교수는 강의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긍정은 좋게 생각한다는 뜻이 아니에요. 좋지 않은데 좋다고 하는 것은 긍정이 아니라 왜곡이죠. 심지어 현재 상황이 나쁜데 좋다고 얘기하면 왜곡을 지나서 망상입니다."

 

'긍정이란 무엇일까?'를 스스로 물어본다

 

헐! 뭔가 정곡을 찌른 기분인지라 이마를 탁 쳤다(정말로!). 필자가 생각했던 '긍정'은 '좋게 생각하는 것'이었다. 아니,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 또한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강의를 들은 후 실제로 긍정의 참된 의미는 무엇인가 찾아보니, '그렇다고 인정함', '사물의 존재방식을 있는 그대로 승인하는 것', '그러하다고 생각하여 옳다고 인정함'의 뜻이라고 한다. 즉, 긍정이란 좋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있는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수용한다는 뜻이었다.

 

세바시에 출연한 채정호 가톨릭대학교 교수

 

'스톡데일 패러독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제임스 스톡데일은 미군의 해군 장교였다. 평범한 군인이었던 그는 베트남 전쟁 당시 엄청나게 열악한 환경 가운데서 베트남 포로로 8년을 살아남았다. 제임스 C. 콜린스는 그의 책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에서 당시의 혹독한 상황을 어떻게 이겨냈는지 스톡데일에게 물었고 그는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불필요하게 상황을 낙관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전에는 나갈 수 있을 거라고 믿다가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부활절이 되기 전에는 석방될 거라고 믿음을 이어 나가고 부활절이 지나면 추수감사절 이전엔 나가게 될 거라고 또 믿지만 그렇게 다시 크리스마스를 맞고 반복되는 상실감에 결국 죽게 됩니다. 이건 아주 중요한 교훈인데요. 당신이 절대 잃을 수 없는 마침내 이기겠다는 믿음과 그것들이 무엇이든지 지금 현실의 가장 가혹한 사실들을 직시하는 훈련을 당신이 절대로 혼동하면 안 됩니다." 이를 두고 제임스 C. 콜린스는 스톡데일 패러독스(Stockdale Paradox)라고 부른 것이다.

 

'Honesty to face current reality' & 'Faith you will prevail in the end' .. AT THE SAME TIME!

'스톡데일 모순'에서 시사하듯이 우리는 "현재의 현실을 직시하는 정직함"과 "결국엔 너(우리)가 승리할 것이라는 믿음"을 '동시에' 지녀야 한다. "진짜 긍정은 내 삶의 현장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이 긍정이다. 채정호 교수는 다음과 같이 강연을 마친다.

 

"'삶을 긍정하다'가 저희 학교(긍정 학교)의 교훈입니다. 삶은 정말 힘들고 어렵고 괴롭고 그렇습니다. 좋은 것이 아닐 수 있어요. 하지만 그렇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수용하고 거기서 벌어지는 모든 내가 만난 사람들을 존중하면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삶은 참 괜찮아질 것입니다."

 

필자는 결국 승리할 것이라는 믿음, 즉 지금 이 순간을 좋게 생각하고자 하는 긍정적인 사고(어쩌면 진정한 의미의 긍정이 아닌 일부분)의 틀 속에만 갇혀있었다. 현실을 왜곡하는 '가짜 긍정'에 속아왔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진짜 긍정'을 위해 현재 필자에게 주어진 상황을 그대로 인식하고 인지하는 동시에 지금 스스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실천하는 사람이 되기를 다짐한다.

 

'삶을 긍정'하는 필자와 여러분이 되기를,

 

God Bless Us Every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