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무엇이 우리를 '벼락 거지'로 만들었는가, <팬데믹 머니>

2022. 3. 26. 20:28Heal the World(문학)

"감염된 경제, 풀린 돈의 역습에 대비하라"

 

 벼락 거지라는 표현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번 코로나 팬데믹 이후 언론을 통해 벼락 거지라는 표현을 처음 접했을 때 적잖은 충격을 느꼈다. 벼락 거지는 벼락 부자와 대응되는 단어로 가만히 있었는데 날벼락을 맞아 거지가 된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와 관련한 단어로는 FOMO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FOMO란 Fear Of Missing Out의 줄임말로, 본인 스스로가 다른 이들과 다르게 늦춰지는 데에 기반한 불안함을 의미한다. 이렇게 다양한 신조어들이 등장하게 된 우리의 세상 속에서 무엇이 우리를 벼락 거지로 만들었는지, 도대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증이 가득하던 중 접하게 된 다큐멘터리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KBS 다큐멘터리 팀에서 만든 '팬데믹 머니'라는 기획물이었다.

 

2부작으로 기획된 팬데믹 머니

 

코로나 19 경제 위기로부터 세상을 구하기 위해 쏟아져 나온 돈, 그러나 인류가 가장 중대하게 여기는 거래의 신뢰를 뒤흔든 돈, 바이러스만큼이나 전 세계를 엄청난 유동성에 감염시킨 치명적인 돈, 추락하는 실물경제와 최대 호황인 자산 시장을 동시에 만드는 기이한 돈, 우리는 이 돈을 ‘팬데믹 머니’라 부르기로 했습니다.
- <팬데믹 머니> p5

 

 '팬데믹 머니'란 위 문장에서 설명하듯이 코로나 상황 가운데 세상을 구하기 위해 쏟아진, 그리고 부의 양극화를 만드는 등의 돈이다. 처음 KBS 다큐멘터리 '팬데믹 머니'를 보고 느낀 점은 이건 필자의 인생에 있어서 정말 인상 깊었던 영상이라는 것이었다. 코로나 19라는 특수한 상황이 촉발한 인류 역사상 단 한 번도 실험해보지 못한 상상을 초월하는 무제한 양적 완화. 엄창나게 무시무시한 유동성 과잉이 불러올 부의 지각 변동에 대해 다룬 '팬데믹 머니'는 필자에게 많은 깨달음과 창조적인 생각, 그리고 상상을 가능하게 했다. 너무나도 흥미롭게 봤던 기억이 있어 책으로 나온 <팬데믹 머니>를 구매해 다시금 그 감동을 느끼고자 읽게 되었다.

 

다큐멘터리의 감동을 이어나가기 위해 구매한 책

 

 책 <팬데믹 머니>는 무엇보다 독자들이 쉽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무엇이 우리를 벼락 거지로 만들었는지, 왜 돈의 가치는 점점 줄어드는지와 같은 호기심에 대한 답을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의 상황에 기반하여 설명한다. 특히나 이번 코로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는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유동성을 풀고 있고 세상은 이에 중독되어가고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전 세계 금융과 경제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연준의 경우를 보자. 코로나 19 위기 대응을 위해 연준이 대입한 정책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연준은 금융기관의 마비를 방지하기 위해 양적 완화를 실시하였고 기업의 부도가 나지 않도록 회사채 매입, 그리고 이머징 국가의 파산을 막기 위한 통화 스와프. 각각의 개인은 각각의 의미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으나 이는 책을 통해서 쉽게 알아갈 수 있으니 책을 참고하기를 바라며, 여기서는 연준이 금융위기에 맞서기 위해 수많은 실험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된다.

 

현지 시각 3월 16일, 금리 인상을 발표한 연준

 

 최근 3월 미 연준은 금리를 0.25bp 올렸다. 사실 이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하나의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동안의 미국은 경제 활성화를 위한 유동성 공급을 위해 사실상 제로금리 기조를 유지하였다. 하지만 화폐 가치의 하락과 물건 가격의 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의 압박이 계속되자 약 3년 만에 금리를 인상한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양적 완화는 시중에 유통되는 화폐의 양을 늘리는 것이며 이것은 결국 시장에 유동성을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양적 완화에서 흘러들어오는 돈이 소비로 이어지지 않고 자산으로 흘러가면서 저성장, 고물가의 양상이 지속되었다. 성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저금리가, 고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금리 인상이 필요하기에 연준은 금리 인상에 더더욱이나 신중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 일시적인 줄만 알았던 인플레이션은 예상과는 다르게 빠르고 가파르게 우리에게 다가와 연준은 결국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팬데믹 머니>를 통해서 필자는 금리 인상을 유발한 가장 대표적인 이슈인 인플레이션에 대해서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팬데믹 머니>를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달러의 역사를 다룰 때였다. 사실 암호화폐를 공부하면서 화폐는 무엇에 기반을 두느냐는 질문으로 달러를 공부했던 적은 있었는데, 이때는 그저 달러로만 석유를 결제할 수 있도록 제한하여 달러의 기반을 다졌다는 정보에서 그쳤다. 하지만 <팬데믹 머니>에서는 이보다 더욱더 자세하게 달러의 역사를 다루는데 이에 간단하게나마 알아보자.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더욱더 재밌는 달러, 넓게는 화폐의 역사와 미래

 

 처음 지폐가 만들어졌을 때는 그 가치를 금에 연동하여 가지고 있는 금의 양만큼 돈을 찍어내는 '금본위제'였다. 하지만 돈이 금에 묶여서 경기 악화에도 정부는 돈을 풀 수 없어 불황이 오래 지속하였다. 1920년 대공황이 오자 금본위제를 포기하였고 유럽의 다른 나라들 또한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포기하였다. 이후 2차 세계대전 종전 직전, 미국의 브레턴우즈에서 서구의 많은 나라가 모여 새로운 통화 질서를 논의하였다. '달러를 기축통화로, 금 1온스당 35달러의 고정 가격, 그리고 고정된 고정환율제'를 결정하였고 이것이 바로 브레턴우즈 체제다. 1960년대부터 미국에 금 부족이 시작되었다.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미국의 베트남전 때문이었고 존슨 대통령의 '위대한 사회'를 위한 돈의 사용이 부수적으로 따랐다. 따라서 1971년 8월 15일, 닉슨은 결국 Nixon Shock이라고도 불리는 금태환 정지 선언을 하여 돈을 무제한으로 생성하는 시대가 온다.

 

 이후 달러를 너무 많이 발행하여 1971년 1달러의 구매력은 1달러에서 1975년 0.67달러, 1981년 0.44달러로 감소하였다. 이에 미국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는 미국이 사우디 왕가를 보호해주는 조건으로 사우디의 석유를 달러로만 결제할 수 있는 협정을 체결한다. 1974년 7월, 그렇게 페트로 달러(petro-dollar) 체제가 마련되는 것이다. 1981년 연준 의장 폴 볼커는 금리를 21%로 인상하며 달러 가치의 회복시켰다. 여기에 흥미로운 것은 최근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진행되면서 2018년 상하이 국제에너지거래소에서 위안화 결제 원유 선물 거래가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까지 시도하고 있는데 과연 결과는 어떻게 하면 될지 기대가 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세상에 풀린 돈은 언젠가는 거둬들여야 할 부채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팬데믹이 물러간 시대를 생각해봅니다. 한쪽에는 빈곤을 다른 한쪽에는 돈의 파티를 몰고 온 팬데믹 머니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 <팬데믹 머니> p274

 

수많은 책을 읽는 것은 그들의 생각과 경험을 통해 나만의 원칙을 정립해나가 위한 것이다

 

가진 사람들은 화폐 현상에 의해 더 큰 부자가 되고 그 시장에 접근할 수 없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가난해지는 이 현상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데 누가 노동의 가치에 열중할까요. 나는 주식을 살 거고 나는 부동산을 살 거고 나는 암호 화폐를 살 거야. 그게 생존 방식 자체가 돼버렸잖아요.
- <팬데믹 머니> p115

 

 위의 문장은 필자가 책을 읽으며 인상 깊었던 구절 중 하나이다. 이번 팬데믹을 통해서 아이러니하게도 가진 이들은 더욱 더 많은 것을 누리게 되었고 그들과 반대편에 위치한 사람은 더욱더 가난에 허덕이게 되었다. 자산 가격의 상승, 그리고 그것을 따라잡을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노동. 이러한 현상은 노동의 가치에 집중하기 어려운, 아니 노동에 집중하면 심지어는 바보가 되어버리는 세상을 만들었다. 앞으로 풀린 돈의 역습에 대비하는 국면을 맞이하는 우리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

 

 우리 사회가 돌아가고 있는, 그리고 흘러가고 있는 방향에 대해 다룬 책 <팬데믹 머니>. 여기서 우리는 생각해봐야 한다. 앞으로 삶을 살아가면서 또다시 코로나와 같은 팬데믹 상황이 우리에게 닥쳤을 때, 그때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말이다. '위기는 기회다'라는 말을 자신의 삶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위기의 순간을 직접 경험하면서 하나하나 깨달아가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 본인만의 원칙을 정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약이 질병을 해결해주는 해결책이기는 하지만 과도한 복용은 약에 대한 내성을 만들어낸다. 이는 경제 정책에서도 마찬가지인데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 위기(질병)를 해결하기 위한 양적 완화(약)도 시간이 지나면 그 효과가 줄어들 것이다. 결국 <팬데믹 머니>에서 던지는 다양한 질문을 통해 완전하고 영원한 것은 없기에 우리 사회가, 더 나아가 이 지구의 시스템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계속해서 떨어져 가는 화폐 가치에 우리의 자산을 어떻게 지키고 성장시킬 것인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책, <팬데믹 머니>였다.

 

 God Bless You.